송재덕 교수의 생활법률이야기
착오로 상속을 포기하였는데 상속포기를 취소할 수 있는지요?
착오로 상속을 포기하였는데 상속포기를 취소할 수 있는지요?
[문] 저는 부친이 사망한 이후 상속재산 중 물려준 재산보다도 빚이 많아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부친에게는 제가 알지 못한 부동산들이 있고 상속재산 중 부친의 부채를 모두 갚고도 남는 재산이 있었습니다. 제가 상속포기 신고 시 위 부동산을 알지 못하여 상속재산 목록에는 부동산의 목록을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나머지 상속인을 상대로 제 지분에 해당하는 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요구할 수 있는지요?
[답] 상속포기란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승계를 거부하는 의사표시입니다. 재산상속에 관하여는 상속포기의 자유가 인정됩니다. 상속재산이 채무초과인데도 불구하고 상속을 강제한다는 것은, 상속인에게 손해의 부담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가혹할 뿐만 아니라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어긋나므로 이러한 경우에 상속을 포기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상속의 포기를 할 수 있는 자는 상속권이 있고 또 상속순위에 해당한 자에 한합니다.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 등에 의하여 상속개시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한정승인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한정승인은 재산을 상속받되, 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 채무를 책임지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따라서 상속받게 될 재산과 채무 중 어느 것이 많은지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우선 한정승인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정승인 역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상속포기는 재산목록을 첨부하거나 특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속포기서에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했다고 하더라도 그 목록에 기재된 부동산 및 누락된 부동산의 수효 등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속재산을 참고 자료로 예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여지는 이상, 포기 당시 첨부된 재산목록에 귀하가 모르는 부동산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속포기의 효력은 귀하가 작성한 상속재산 목록에서 누락된 그 부동산에도 효력이 미칩니다. 따라서 귀하가 착오에 의하여 상속포기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 취소가 허용되지 않는 이상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된 상속재산에 대하여 귀하의 상속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는 어렵습니다.
선조 명의로 된 토지인데 국가가 20년간 국도로 편입해 사용하고 있다면 사용수익권 포기?
[문]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의 공적장부에는 소유관계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국가가 20년간 국도로 편입해 사용하고 있음에도 소유자나 상속인이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고 세금도 납부한 사실이 없다면, 토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요?
[답] 결론은 국가에 대하여 자주점유를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사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甲은 충청북도에 있는 토지 125평을 1986년 9월 상속을 받았다며 2006년 9월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앞서 1982년 무렵 이 토지 지목이 임야에서 도로로 변경된 이후 국도로 편입해 점유·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甲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국가는 "지목 변경 무렵부터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토지를 점유해 점유취득시효(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등기를 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가 완성됐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토지는 1971년부터 甲의 선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완료돼 있는 등 국가의 보상절차가 진행되기 전부터 이미 소유관계가 분명했다"며 "토지보상이 실제 이뤄졌다면 공부상 소유관계도 정리됐을 텐데, 토지의 등기부등본 등 지적공부에는 국가가 이를 취득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기재가 없다, 국가는 토지 보상절차가 일부 진행됐다는 내부 기안문서만 제출할 뿐 보상금이 실제 지급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시 인근 토지도 현재까지 국가가 아닌 사인 명의로 소유관계가 돼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토지 보상절차가 실제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이 토지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면 공적장부를 정리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甲의 선대나 甲의 명의로 공적장부의 소유관계는 계속 남아있다"며 "토지에 대한 국가의 자주점유 추정은 깨졌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나아가 "甲의 선대나 甲이 해당 토지가 장기간 도로로 사용되는데 이의를 제기하거나 세금을 납부했다고 볼 자료는 없지만, 이것만으로 토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甲의 토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