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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공고(鞏固)해지는 신분제 사회 ‘한국’
2016/12/23 13:0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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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2016)’에 따르면 노력을 한다면 ‘자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사람은 30.9%, 비관적으로 대답한 사람은 50.5%로 집계되었다. 10년 전인 2006년도에 실시된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은 긍정 39.9%, 비관 29%로 조사된 것에 비해 비관적 응답률이 크게 높아졌다.

이런 경향은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비슷했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조차 긍정 27.5%→21.8%, 비관 46.7%→62.2%로 비관적 전망이 심각할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 두 가지 지표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장차 자신의 삶이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아 자녀 세대 역시 자신과 비슷하거나 외려 더 빈곤한 삶을 살 것이라는 우려가 보인다.

이런 우려를 현실화시키는 내용의 관련 조사도 있다. OECD에서 발표한 ‘2015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는 학생의 사회ㆍ경제ㆍ문화적 배경(부모로부터 제공받는)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왔다. OECD 전체의 영향력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외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표는 부모가 제공할 수 있는 조건에 따른 빈곤층과 부유층의 성적 차이로 조사되었는데, OECD 평균은 38점으로 2006년에 비해 1점 하락했으나 우리나라는 평균보다 6점 높은 44점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약 10년 전인 2006년과 비교했을 때 31→44점으로 무려 13점이나 점수 차이가 벌어졌다. 즉, 우리나라는 부모의 배경에 따라 자녀의 학업성취도에서 매우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자녀 세대의 미래를 결정짓는 큰 요인이 된다. 부유한 부모는 사교육과 공부에 전념할 환경을 자녀에게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부유한 가정의 자녀는 높은 성취도를 나타낸다. 반대로 빈곤한 부모는 자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고, 이런 가정의 자녀는 대학에 가더라도 학업에 집중하기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부모 세대의 부가 자녀 세대의 학업과 부 등의 성취에 영향을 미친다. 지위가 대물림되는 것이다.

물론 복지국가도 계급은 존재한다. 다만, 이들 국가에서는 한국과 같은 시장만능주의 사회에서 계급을 나누는 요소인 ‘돈’에 대한 차등이 매우 적고, 또 계속해서 줄여나가려 노력한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충분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소득을 얻을 수 있고, 모자라는 부분은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또 교육도 자녀가 원하는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부모가 부유하든 가난하든, 자녀 세대가 제공받는 교육서비스에는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할 사회는 어디인가. ‘계층이동의 사다리’는 그럴싸한 말이다. 누구나 높은 급여와 사회적 인정을 받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은 이제 사실이 아니다. 사다리를 타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향해 올라갈 수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정해져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거나 선천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그들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시장만능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에게는 효과적인 사다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피라미드의 아래쪽에서 불안한 삶을 이어갈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피라미드를 오를 사다리가 아니다. 촛불 앞에선 가난한 사람도 부유한 사람도 없었다. 장애인들을 위해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는 ‘일어설 수 있는 분만 일어서 주십시오’로 바뀌었다. 촛불을 통해 비춰진 세계는 분명 모두가 평등하고 누구에게나 실질적 기회가 주어지는 그런 세상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 중에서 가장 심각한 불평등을 낳은 우리나라의 낡은 피라미드 구조를 이제 해체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 보다 평등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야한다. 이것이 촛불의 희망이다.

2016년 12월 23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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