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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LG, 너마저... 실망이다.

모범적 지배구조의 LG도 경영권 승계 앞에서는 후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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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5.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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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도 실력 검증도 없었던 4세 경영자 사내이사로 추천
- 일감몰아주기로 확보한 지분,“돈도 실력”이라던 정유라와 다를 것 없는 행태
- 대한민국 재벌, 아직도 갈 길 멀다
채이배.jpg▲ 채이배 의원
LG그룹 지주사인 ㈜LG는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LG그룹 3세 경영자인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40) LG전자 비투비(B2B)사업본부 상무를 사내이사로 추천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지난 2003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대기업 집단으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정도경영을 목표로 개별 기업의 성과가 사업 성과와 직결되는 투명한 경영 구조를 갖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지배구조 면에서 비교적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던 LG조차 승계 문제 앞에서는 후진적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구광모 상무는 내부에서조차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준 게 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그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 결정이 과연 ‘공정한 대우’와 ‘실력을 통한 정당한 경쟁’을 핵심으로 하는 LG의 “정도경영”에 합당한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구광모 상무의 LG주식 보유과정을 살펴보면 2003년 0.14%에서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되면서 2.8%로 증가하였다. 2006년 그룹에 입사하고 휴직하는 동안 지분율은 2.8%에서 4.58%로 늘어났으며, LG전자로 복귀하면서부터는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고모부인 깨끗한 나라 최병민 회장의 증여로 6.24%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3대 주주가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구광모 상무가 주식을 매입한 돈의 출처는 어디인가? 전형적인 회사기회유용과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먼저 구 상무의 친아버지인 구본능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희성전자는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2000년까지만 해도 68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7년 2조 157억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구 상무가 보유하던 23%의 희성전자 지분을 2004,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정리해 얻은 막대한 차익으로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15년 LG상사가 판토스를 인수할 당시 구광모 상무는 7.72%의 지분을 사들였다. 판토스의 내부거래비중이 7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LG그룹의 물량으로 손쉽게 매출을 올리고 그렇게 쉽게 얻은 이익의 일부를 구광모 상무가 받은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과정에서 구광모 상무 본인의 능력으로 이루어낸 것은 전혀 없다. 그야말로 아버지를 잘 만나서 아무런 경쟁 없이 불과 12년만에 시가총액 13.6조원인 회사의 사내 이사가 되는 것이다. 씁쓸하게도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돈도 실력이다”, “능력이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하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특히, ‘세금만 잘 내면 된다면 경영승계에 문제 없다’는 LG의 안일한 생각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LG그룹은 구씨 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주주의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LG그룹의 승계를 보면, 경영 능력이 없는 자녀들에게 회사를 맡겼다가 쑥대밭이 되고 있는 한진그룹을 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었는지 의문이 드는 한편 참으로 대한민국 재벌 개혁은 갈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경영능력 검증 전혀 없이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로 이뤄지는 경영권 승계는 회사의 리스크가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구광모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은 개최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29일에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된다면 기관투자자들이 경영능력을 명확히 검증·확인하고 표결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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